<퍼머가 컬처여> 제10호 : 우리가 함께해서 좋은 날들 2025-12-01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2025년 11월 30일 발행
 이달의 <퍼머가 컬처여> 
  환영합니다! PDC 29기 수료생 3인 인터뷰
  잡초라도 충분한 풀학교 11기 졸업 풀파티
  삽질하기 좋은 계절
       # 삽질단으로 다녀왔습니다! 새벽이생추어리
       # 삽질단을 초대했습니다! 퀴어텃밭
  우리들의 월동 준비 - 수락텃밭 김장 담그던 날
  지구가 준비한 선물장에 초대합니다!
환영합니다! PDC 29기 수료생 3인 인터뷰
지난 11월 22일 강화 큰나무힐캠프장에서 PDC(퍼머컬처 디자인 과정) 29기 수료식이 치러졌습니다. 초봄에 만나 땅을 살피고 늦가을 멀칭까지, 3월부터 11월까지 긴 시간 동안 PDC 29기 과정을 걸어온 세 분을 모셨습니다. 여러분! 환영합니다.
Q PDC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기린 숲밭디자인학교로 퍼머컬처에 입문해, 소란이 전해 주는 엄청난 지혜와 지식이 아직 체화되지 못해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퍼머컬처를 알려는 자, PDC는 무조건 필수!'라는 바다의 강력 추천도 있었고요. 그래서 강화PDC 참가 모집을 할 때, 거리에 대한 걱정은 잠깐뿐이었고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러비 저는 24년도부터 수락텃밭에서 숲밭디자인학교 과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소란님의 권유로 신청하게 되었어요. 시간을 내어 장거리를 출석한다는 것이 사실 부담스러워 고민했지만 퍼머컬처를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용기 내어 도전했습니다.

알마 남편(주녁)이 PDC 26기 수료생입니다. 직장생활 때문에 그때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죠. 그리고 오공팜을 함께 일궈나가면서 경험과 기본 개념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교육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마침 집과 멀지 않은 강화도에서 PDC 29기 과정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했습니다. 


Q 1년간의 PDC 과정, 스스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

기린 처음 퍼머컬처를 접했을 때는 개인적으로 자급자족을 위한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접근했기에, 효과적인 작물 생산을 위한 팁에 욕심을 냈던 것 같아요. 그 욕심은 여전하지만, 작물 생산은 아주 작은 일부이고 나의 Zone 0로부터 멀리 Zone 5까지 훨씬 많은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또한 수업 때마다 함께 힘을 모아 무언가를 생산하고 나누는 그 과정에서, 문서로는 담을 수 없는 관계에서 비롯되는 힘을 매번 느꼈습니다. 저도 관계를 정성껏 가꾸는 데 좀 더 마음을, 시간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러비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하고 있는 퍼머컬처가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전반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지, 나에게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 철학적인 부분도 고민해 보았습니다. 나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알마 스스로 할 줄 아는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풀들이 푸르른 봄, 여름엔 생잎 차를 마시며 서리가 오기 전 허브를 말려 겨우내 차로 마시고, 또 팅처로 좋은 성분을 추출해 보관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풀 샴푸, 풀 연고, 풀 스킨, 풀 로션을 만들 줄 알게 되어 조금 수고만 들이면 화장품을 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코디얼이나 미드 등 음료를 만들어 마실 줄 알고, 다양한 풀 요리도 해먹을 수 있습니다. 땅과 밭과 연결되는 활동들이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자급자족하는 삶의 모습에 한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Q PDC 과정 중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기린 연못을 완성했던 순간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몇 시간 안에 연못을 만들 수 있을까?’ 싶었는데, 삽질하고 돌들로 경계를 만들고 식물들도 심으니 짜짠~ 하고 연못의 형태가 만들어지는 게 놀랍고 뿌듯했어요. 함께하면 뭐든 되나 봐요!

러비 마지막 수료식날이었습니다. 거의 1년을 같이 한 29기 동기분들의 발표 모습은 감동적이고 희망이 넘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 생각했고, 좋은 스승과 동무들을 만난 행운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알마 퍼머컬처학교 디자인 발표회&수료식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물(아쿠아 퍼머컬처), 청소년(유스캠프), 생태경제(비즈니스) 3가지 주제로 나눠 한 달간 팀원들과 준비했는데요. 발표회 때 다른 팀의 발표를 들으면서, 동기들 모두 큰나무 캠프힐에 큰 애정을 가지고 ‘이 공간 안에 퍼머컬처를 어떻게 실현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각기 다른 형태로 풀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11월 말임에도 PDC 선배들이 국화 등 아름다운 꽃들을 찾아내 화관을 만들어주셔서 수료식 기념사진도 멋지게 찍을 수 있었어요. 종강 파티와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뒷풀이의 다정한 대화들까지 그 감동이 마음 속 깊이 남았습니다.

 

Q 함께 한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기린 팀 과제를 준비하는 과정이 유난히 기억에 남아요. 제가 속한 팀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저희 조원들끼리 발표보다는 큰나무 캠프힐에 도움이 되는 것을 고민하자고 약속했죠. PDC 과제 덕에 캠프힐의 '사회적 포용'과 퍼머컬처의 '가장자리'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러비 연못 만들기입니다. 해보고 싶었던 적정기술 중 하나였습니다. 물의 저장이 어떤 유용함을 주는 지 이론으로 배우고 바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여럿이 움직이니 순식간에 연못이 만들어졌습니다. 더운 날이었지만 뿌듯함에 피곤하지 않았습니다. 

알마 봄에 로제트식물들이 올라올 때 밭에 함께 나가서 싹과 잎의 모습에서부터 식물의 모습을 구별해보는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진을 찍고 메모도 해놓는데도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식물이 성장함에 따라 그 모습도 조금씩 바뀌어 있어 매번 이름을 기억하고 구분하는 게 알쏭달쏭하기만 했죠. 그 과정에서 향을 맡고 맛을 보고 요리를 해보는 등 식물들과 친해지기 시작하니 개체를 인식하고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풀들이 늘어났습니다. 

 

 Q 앞으로 삶에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가?

기린 우선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한 번 복기해 보고 싶네요. 한 가지 꾀(?)는, 게으름과 세속적인 욕망을 이겨 내도록 퍼머컬처 거점과 퍼머컬처 네트워킹에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겁니다. 퍼머컬처리스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즐거우니까!

러비 좀 더 실천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아직 부족하지만 내년 저희 공동체(바람길숲밭)에서 밭장으로 열심히 일 해봐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퍼머컬처 12가지 원리 중 9번째, “작고 느린 해결책을 사용하라. 클수록 크게 넘어진다. 느리고 꾸준해야 승리한다”라는 원리가 지금 저한테 딱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느리지만 성실하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알마 내년 여름, 엄마가 되면 아이와 함께 배운 것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는 오공팜에서 흙과 식물, 곤충과 새들을 가까이 친구 삼아 놀 거예요. 아이가 걸을 수 있을 땐 손잡고 큰나무 캠프힐에 와서 엄마가 동기들과 함께 만든 ‘웃자밭’을 보여줄 거예요. 원래 닭장이던 곳이 이렇게 멋지게 변했다며 신나서 설명해주겠지요. 좀 더 크면 유스캠프에도 참여하면 좋겠네요. 그 원리들이 가족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퍼머컬처는 농법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다면 더더욱이 좋겠습니다.  

풀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잡초라도 충분한 풀학교 11기 졸업 풀파티> 

풀학교에서 풀을 먹고 풀을 공부한지 1년. 그 사이 우린 웬만한 풀은 죄다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두통/치통/생리통에 더 이상 약이 아닌 풀을 찾게 되었으며, 어느새 풀로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13일 햇빛부엌에서 치러진 풀학교 11기의 졸업 파티 현장. 우리는 이를 두고 ‘풀파티’라 부른다.

잡초라도 충분한 풀학교 소란의 풀파티 오프닝 멘트

“저는 지구를 돌보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게, 좋은 풀을 먹고 장내 미생물을 바꿔서 뇌를 잘 지배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안 좋은 걸 먹으면 계속 안 좋은 생각이 나고, 좋은 걸 먹으면 계속 좋은 생각을 머리에 담게 되거든요. 풀을 먹다보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판타지스러운 뇌로 바뀔 수 있죠. 농사 지으며 풀이랑 힘들게 싸우지 말고 맛있게 드세요. 그중에 나하고 정말 맞는 풀이 여러분을 살릴지도 모르거든요. 정말 많은 풀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 그 풀을 만나셨으면 좋겠어요.” 

풀학교 11기 졸업생들의 초대를 받아 모여 주신 많은 분들과 함께한 풀파티 현장! 맛있는 풀요리와 함께 선물을 교환하며 서로를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이날 함께한 풀들이 좋은 기운을 전했기를 바라며!
[베스트 드레서 : 야마가타 트윅스터&바다] 풀파티 게스트 드레스코드는 RED&GREEN! 11기 졸업생의 초대장을 받고 풀파티를 찾은 두 분! 의도치 않게 기막힌 커플룩을 완성했다. 상하의 밸런스를 이룬 두 사람에게 박수! 

11기 졸업생들의 풀요리를 소개합니다!

기린의 채소커리 2종과 동아박조림

봄날의 밤묵무침과 보늬밤

소담의 차이브잡채

씽씽의 냉이페스토파스타와 템페강정

주녁의 당근잎페스토&한려화잎페스토

주녁&씽씽의 유부풀초밥 2종

파슬리의 감자허브샐러드 

파슬리&씽씽의 호박고지시루떡

허브의 풀팟타이와 달빛고구마피자

‍ 삽질하기 좋은 계절 ‍

① 삽질단을 초대했습니다! <퀴어텃밭>


절정 단풍이 산을 물들이던 11월초, 파주 끝자락에 위치한 퀴어텃밭에 퍼머컬처 삽질단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높은 하늘과 아기자기한 밭, 그리고 끝내주게 맛나던 점심식사까지. 완벽한 가을 나들이었습니다. 퀴어텃밭에 삽질단을 초대한 퀴어텃밭 기획단장 캔디에게 삽질단 후일담을 들어봅니다. 

Q 퀴어텃밭에 삽질단을 초대한 계기가 있을까요?

원불교 환경연대에서 내 나이만큼 나무를 심자 프로젝트에 지원을 했는데, 덜컥 선정이 되었어요. 막상 나무를 심으려고 생각하니까 너무 두려운 거예요! 그러다 네트워크 페이스북과 단톡방에서 삽질단을 알게 되었고, 퍼머컬처네트워크 분들이 경험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을 거라 응원해주셨어요. 그리고 2년차가 되면서 우리 밭을 보고 싶어하는 분들도 점점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밭이 엉망진창이라 뻘줌했거든요. 하지만 삽질단을 통해서라면 가감 없이 소개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아직까지 네트워크 행사에 많이 참여하거나 활동하지 못했지만, 첫 인사를 드리는 마음으로 삽질단을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Q 퀴어텃밭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퀴어텃밭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라고 하는 성소수자 단체에서 운영하는 텃밭입니다. 성소수자의 나이듦을 고민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죠. 22년 말, 저희 사업을 응원하고 지지하시는 분께서 뭐든 해보라며 파주에 땅을 빌려주셨어요.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성소수자로써 ‘함께’ 나이듦을 이야기하고 실천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성소수자와 앨라이가 함께하는 퀴어텃밭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나이들면서 자급자족하고, 함께 몸을 쓰고, 기후위기도 고민해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23년에 텃밭 경험자 한 명 없이, 참여자를 모집해 벌써 2년차가 되었죠. 첫 해 텃밭을 시작하면서 어떤 교육부터 시작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퍼머컬처를 만나게 되었고,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우리 텃밭이 퍼머컬처 텃밭이 되어가길 바라며 함께 밭을 일구어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총 30여 명이 참여해 지난주 김장으로 한해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Q 삽질단과 함께한 하루,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삽질단은 전국 어디든 와주신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솔직히 누가 우리를 안다고 오겠나?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정말 많은 분들이 파주까지 와주셨죠. 이게 퍼머컬쳐 네트워크의 힘이구나! 만나 보지도 못했는데 우리를 정말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생각해주는구나... 진짜 감동이었습니다. 

저희가 나무를 고르긴 했지만, 진짜 뭘 어떻게 심어야 할지 좀 막막했는데, 와주신 삽질단 여러분들께서 정말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렇게 파면 돼! 이렇게 나무를 심으면 돼! 알려주고 함께 움직여줘 정말 몸으로 익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말삼촌이 조랑말이랑 같이 와준 것도 엄청 났어요. 말이 오니까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우리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축제 같은 행사를 하는 느낌이 들어서 기뻤습니다. 말똥선물도 완전 놀라운 감동!

Q 삽질단과 함께 극복한 것이 있다면?

자신감이 생겼어요. 저는 종종 우리가 텃밭을 해나가면서 여전히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어떻게 해야할지 암담한게 많아서 전전긍긍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삽질단과 함께 하면서, "모르면 물어볼 수 있어!", "우리끼리 어렵다면 함께 하자고 손내밀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저희도 텃밭을 해나가면서 매년 꿈이 커지거든요. 그런데 다른 밭들을 보면서, 삽질단을 보면서, 네트워크를 보면서 힘이 생겨요.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힘이요.

 

Q 퀴어텃밭에서 일구고 싶은 계획이 궁금합니다. 

단기적인 꿈은 부엌과 정자(?)입니다. 저희가 공간이 협소하기도 하고, 뭘 씻고 쉬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늘 고민이거든요. 밥을 싸와도 함께 먹기가 어렵기도 하고, 우리가 방금 밭에서 수확한걸 바로 요리해 먹을 수도 없어서 각자 들고 집에 가야만 하는 게 많이 아쉬워서. 내년엔 꼭 일단 부엌이라도 만들자라고 이야기 나누었어요. 건축학교~ 도와주세요! 

그리고 앞으로도 성소수자들이 함께 나이들 수 있는 공간이 되어갔으면 해요. 함께 농사짓고, 함께 밥 먹고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해요. 우리는 매일매일 만나는 사이는 아니고, 텃밭에서 한 달에 몇 번 만나는 게 전부인 사이지만, 그렇기에 또 우리가 천천히 쌓아나갈 수 있는 두터움이 느긋하게 생길 거라 생각해요. 어떤 이든 와서, 이렇게 함께할 수 있구나,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구나를 경험할 수 있는 퀴어텃밭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를 더 알고 싶다면?

② 삽질단으로 다녀왔습니다!

<새벽이 생추어리>


10월말에는 광주로 삽질단이 집결했습니다. 약속 장소에서 만나 차 한 대에 몸을 싣고 산 속 깊이 위치해 있는 새벽이 생추어리로 가는 길. 새벽이와 잔디를 만난다는 기대감이 가을볕처럼 빛납니다. '호호'의 후기로 새벽이 생추어리 삽질단의 하루를 담아봅니다.

작은 농막을 지나니 흰 울타리가 쳐 있는 양지바른 땅이 나타났다. 그 안에서 돼지 잔디와 오리 더덕이 낮시간을 즐기고 있었고, 그 다음 울타리 안쪽에 돼지 새벽이 있었다. 새생 활동가가 울타리 문을 열어주자마자 잔디가 나와서 성큼성큼 혼자 산책을 하러 간다. 다들 괜찮냐고 놀라 물어보니 혼자서도 산책을 잘 한다고 한다. 물론 곧이어 다른 활동가가 잔디를 따라갔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함일 것이다.


오늘의 삽질단이 할 일은 잔디와 새벽의 터전 안쪽에 유실수와 조경수를 식재하는 일이다. 호기롭게 땅을 파려고 삽을 들어 땅을 찍는 순간, 어이쿠, 땅이 이렇게 딱딱할 수가. 여태껏 만나봤던 땅 중 가장 딱딱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돼지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땅이 많이 다져진 것이라고 한다. 호미로 땅을 깨보고, 곡괭이로 땅을 깨보고, 물을 뿌려 조금 부드럽게 한 후에 삽으로 파보고… 역시 단연 인기는 하나밖에 없는 곡괭이였다. 우여곡절 끝에 잔디의 놀이터에 나무 식재를 끝내고, 새벽의 놀이터로 이동하기 전, 활동가들이 새벽을 잔디의 놀이터로 이동시켜주었다. 새벽이 새로 심겨진 감나무에 큰 관심을 보인다. 아직 뿌리가 활착이 되기 전인데 새벽이 힘으로 쓰러뜨리지는 않을까 모두가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말채나무와 감나무, 그리고 이름을 잊어버린 여러 나무들을 식재한 후에 허리를 펴 풍경을 보았다. 다양한 나무와 조경용 풀들이 심긴 곳에 호기심 어린 새벽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니 그리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이 모습과 공장식 돈사의 모습을 모두가 한번만이라도 본다면 공장식으로 길러진 동물을 소비할 수 없지 않을까? 몇 년 전, 새벽이 생추어리에서 진행하는 '비질(도살장 앞에 찾아가 죽을 동물들을 목격하고 추모하는 일)'을 간 적이 있다. 트럭 안에 출근길 지하철처럼 빽빽하게 실린 돼지들이 도살장으로 들어가고, 그 안에서는 돼지의 고통스런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장면이 자꾸 오버랩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비인간 동물과 인간 동물이 공존하는 생추어리를 상상하는 이들에게는 퍼머컬처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자연이 스스로 작동하는 방식을 설계함에 있어서 동물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자연의 숲에는 동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퍼머컬처 밭에는 동물이 필요하다. 더불어 동물들에게도 퍼머컬처 밭은 생존에 좋은 조건이다. 먹거리도 풍부하거니와 다양한 가장자리를 만들기 때문에 숨을 곳이 많다. 동물의 분변은 좋은 거름이 된다. 순환의 가장 끝이자 시작은 똥이 아닐까 싶다.

사실 동물 돌봄은 매우 큰 품이 드는 일이다. 특히 개나 고양이가 아닌 축산 동물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우리는 단 하루 삽질단으로 도와주러 왔지만, 새생 활동가들이 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이룬 노력들이 대단하다 느꼈다. 새벽이 생추어리에 식재한 식물들이 잘 자라서 새벽과 잔디에게 좋은 쉼터를 제공해주고, 또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발전해서 이 공간이 지금처럼 비밀스러운 공간이 아니라 모두를 환영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글과 사진] 호호 /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욕망의 생태주의자. 프리랜서 사진작가이자 수락 인과의숲 공동체에서 활동 중입니다. 풀개미필름에서 영상을 하고 있고, 취미로 자연물 공예를 합니다. 요즘은 생태건축에 빠졌습니다.

우리들의 월동 준비 <수락텃밭 김장 담그던 날>

겨울 멀칭이 한창이던 지난 주말, 수락에서는 또 다른 월동 준비가 한창입니다. 수락텃밭에 터를 잡은 3개의 공동체(수락공동체, 인과의숲, 바람길숲밭)가 내년 함께 먹을 김장을 담고 땅에 묻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귀한 재료를 다듬고, 채를 썰고, 양념을 만들고, 버무려 독에 담기까지~ 함께해서 즐겁고, 함께 먹어 맛있었습니다. 맛나던 그날을 사진으로 전하며, 비건 김치 레시피도 함께 공개합니다!

 재료 절임배추 10kg, 무 1~2개, 홍갓 400g, 청갓 200g, 쪽파 400g, 대파 1단 

 양념 고춧가루 400~500g, 고추씨 100g, 말린 청각 20~30g, 다진 마늘 800g, 다진 생강 100g, 젓갈 대신 국간장과 천일염으로 간하기 

 찹쌀풀 찹쌀가루 200g, 채수(다시마 20*25크기 2장, 표고버섯 100g, 각종 채소)

 단맛(필요 시) 배, 홍시, 배 농축액, 사과 농축액 등  

① 채수 내기

다시마와 표고버섯, 각종 채소를 넣고 채수를 끓인다. 시간이 없다면 다시마는 전날 찬물에 불려 놓는다. 

② 풀 쑤기

채수를 끓여 풀을 쑤면 감칠맛을 끌어올릴 수 있다. 찹쌀가루를 채수량의 1/7 정도의 물에 풀어둔다. 채수가 끓으면 풀어둔 찹쌀가루를 넣고 젓다가 점도가 나오면 불을 끈다. 

③ 재료 썰기&절임배추 물 빼기 

무는 1/2개 정도만 채썰고, 나머지는 석박지 모양으로 썰어둔다. 다른 채소들도 적당한 크기로 썰어둔다. 

④ 속 만들기

풀에 고춧가루 풀고 다진 마늘과 생강, 채썬 무와 채소, 갈아둔 과일 등 모든 재료를 넣고 버무린다. 

⑤ 배추 버무리기 

절임배추 꼭지가 크다면 도려내야 양념을 먹지 않는다. 배추 사이사이에 속을 버무려 김치를 만든다. 

⑥ 김치통에 담기

통에 담고 석박지를 김치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다. 이후 김치통 주변에 묻은 양념 등을 깨끗이 닦는다. 

⑦ 공기 차단하기

김치 위에 포기에서 떨어진 배춧잎을 모아 덮고 비닐봉투 등을 눌러 공기를 차단한다. 그래야 맛의 변질 없이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 

⑧ 숙성시키기 

완성한 김치는 상온에서 하루 숙성한 뒤에 김치 냉장고에 넣거나 항아리에 담아 땅에 묻는다. 

지구가 준비한 선물장에 초대합니다!
퍼머컬처학교 1기가 디자인한 '전환마을은평'이 10살이 되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이후 전국에서 퍼머컬처로 전환마을을 디자인했고, 여러 활동들을 퍼머컬처학교 동문들께서 함께해 주고 계신데요. <전환마을은평 10주년>을 기념하여, 우리가 가진 잉여의 물질, 마음, 의지와 같은 선물을 함께 나누고 돌보는 장! 선물장을 엽니다. 마을과 공동체로 지구와 벗하며 살아온 전환마을은평 10주년 함께 돌아보고 축하하는 자리, 지구의 선물과 잉여만으로도 충분히 풍족할 수 있음을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더불어 새로운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퍼머컬처 디자이너들을 응원하고 지원할 수 있는 생태전환 피칭대회도 모두 함께해 주세요!  
일시: 2025년 12월 6일 토요일 11시~5시
장소:  스테이션 '사람' 사람홀 (서울 은평구 증산로 17가길 15-7 / 지하철 6호선 새절역 3번출구 )
준비물:  누군가에게 필요할 듯한 선물(사면 안됨, 물질이 아니어도 됩니다), 텀블러, 장바구니
문의: 소란 ️010-구오사삼-육팔이오 ※ 참가 신청 후 참가를 못하실 경우 사전에 꼭 알려주세요. 
선물장 참가 신청하러 가기 
생태전환 피칭대회를 소개합니다! 스테이블 코인? ETF 같은 것은 잘 모르지만 세상에 꼬옥 필요한 일들을 창조해 내는 이들에게 [선물경제]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자리! 무엇이든 가치있게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전환의 경제를 만들어 갑니다. 우리 마을에 꼬옥 일어났으면 하는 일들을 함께 작당합시다. 이들에게 든든한 배후세력이 되어 주세요. 아래의 버튼을 눌러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퍼머컬처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그리고 든든한 손을 내밀어 주세요!
역촌동 마을 브루어리 - 농주사이더바
무지개 은평 동네마당 - 퀴어텃밭
전환마을춘천 - 살피텃밭
동티모르 청년 초대 - 퍼머컬처네트워크 유스캠프 기획단
기후위기 대응과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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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한국퍼머컬처네트워크 씽씽 & 파슬리 / 표지 디자인: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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